책을 안 읽으면 점점 불안해진다는 말, 믿어지시나요? 저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육아와 살림에 치여 책과 멀어진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제 생각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단순한 피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생각이 일상에 갇히는 순간책을 오래 손에서 놓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변화가 생깁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잘 이해가 안 되고, 이해가 안 된다는 걸 인식하지도 못한 채 그냥 "저 사람 왜 저러지?" 하고 넘겨버리게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게 쌓이면 판단력이 흐릿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이걸 설명하는 개념이 문해력(literacy)입니다.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
중학교 2학년짜리가 "최선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고 했습니다. 이 한 줄을 접했을 때, 솔직히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교과서 한 문장을 붙잡고 30분째 씨름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왜 글을 읽지 못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는지를 데이터와 교육 현장의 사례를 바탕으로 짚어보겠습니다.글을 못 읽는 아이들, 문제는 성실함이 아니었습니다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학교 3학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국어 기준으로 2019년 4.1%에서 2023년 6.1%까지 꾸준히 올랐습니다(출처: 교육부).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학급 당 30명이면 두 명 가까이는 교과서 문장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뜻입니..
솔직히 저는 제 감정을 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하루에 "짜증 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내뱉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이가 밥을 안 먹을 때도, 일이 꼬일 때도, 버스를 놓쳤을 때도 전부 "짜증 나"였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제 하루의 모든 감정을 삼켜버리고 있었다는 걸, 영상을 보다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으로 알게 됐습니다."짜증 나"가 눌러놓은 것들제가 직접 떠올려봤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다 잠든 날 밤, 저는 분명 "아 진짜 짜증 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짜증이었을까요.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서운함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최선을 다했는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로 꺼내기엔 너무 무거운 서운함. 그걸 짜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눌러버렸던..
"짜증나." 하루에 몇 번씩 이 말을 쓰고 있는지 세어본 적 있으신지요. 저도 한때는 몰랐습니다. 아이가 서운한 표정을 짓길래 "왜 그래?" 물었더니 "그냥 짜증나"라는 답이 돌아왔을 때, 제가 뭔가 잘못 가르쳐왔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그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감정을 이 한 단어 안에 구겨 넣고 있었던 거니까요.언어 빈곤화가 사고력을 갉아먹는 이유"짜증나", "킹받네", "개짜증"—이 세 단어가 사실상 현대인의 감정 사전 전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언어 빈곤화(linguistic impoverishment)라고 부릅니다. 언어 빈곤화란 어휘의 다양성이 줄어들면서 감정·사유를 정밀하게 표현하는 능력 자체가 퇴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생각해보면 이 단어들이 덮고 있는 ..
책을 많이 읽으면 성적이 오른다는 말, 정말 믿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꾸준히 쥐여줬는데도 국어 점수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한 연구 결과를 접하고서야 문제가 "얼마나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문해력, 읽는 양이 아니라 읽는 방식의 문제였습니다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4,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수능 점수가 약 20점 높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 비율도 약 20% 높았습니다. 특히 부모 소득이 낮은 가구 출신이라도 독서량이 많은 학생은 성적이 더 좋았는데, 이는 독서가 가정환경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학습 효과를 낸다는 걸 보여줍니다(출처: 한국직업능력..
솔직히 저는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주면서도 별로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교육 콘텐츠고, 내용도 좋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죠. 그런데 막상 아이에게 "오늘 뭐 봤어?" 하고 물으면 제목조차 기억 못 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마주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독서와 영상 매체가 아이의 인지 처리 방식에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 결과와 제 경험을 함께 놓고 살펴봤습니다.눈이 읽는 방식, 안구도약의 비밀글을 읽을 때 우리 눈은 문장을 따라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 핵심 단어 위에 시선을 고정한 뒤 다음 단어로 '점프'하는 방식을 반복하는데, 이것을 안구도약(Saccade)이라고 합니다. 안구도약이란 눈동자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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