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솔직히 저는 아이 일기를 처음 봐줄 때까지 이렇게 많은 낱말을 헷갈려할 줄 몰랐습니다. '며칠'을 '몇일'로 쓰고, '어떡해'를 '어떻게'와 뒤섞어 쓰는 걸 보면서 "이건 그냥 외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가르쳐보니 단순 암기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되더군요. 초등 2학년 맞춤법 오류가 반복되는 이유와, 가정에서 실제로 효과 있는 지도 방향을 정리해봤습니다.

왜 자꾸 틀리는 낱말이 생기는가

아이의 받아쓰기 공책을 펼쳐보면 같은 낱말을 반복해서 틀리는 패턴이 보입니다. 제가 직접 살펴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소리와 표기가 다른 경우, 둘째는 두 낱말의 의미 차이를 모르는 경우, 셋째는 어원(語源) 자체를 모르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어원이란 낱말이 만들어진 뿌리, 즉 원래의 뜻과 형태를 말합니다.

'바르다'가 활용될 때 '발라'가 되는 것은 용언 활용(用言 活用) 규칙 때문입니다. 용언 활용이란 동사나 형용사가 문장 안에서 어미와 결합하면서 형태가 바뀌는 것을 말하는데, '바르다'의 어간 '바르-'에 어미 '-아'가 붙으면 음운 축약이 일어나 '발라'가 됩니다. 아이가 소리 나는 대로 '바라'라고 적는 건 이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한 번도 원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원리를 딱 한 번만 차근차근 설명해줬을 때, 아이가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는 반응을 보이며 그 이후에는 실수가 줄었습니다.

'며칠'과 '몇일'의 혼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몇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표기입니다. '며칠'은 고유어 형태소(形態素)로 굳어진 표준어인데, 형태소란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언어 단위를 뜻합니다. 날수를 셀 때 쓰이는 이 낱말은 '몇'과 '일(日)'이 결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표준어 규정상 '며칠'로만 적도록 정해져 있습니다(출처: 국립국어원). 이걸 모르면 아무리 반복해서 써도 '몇일'로 쓰고 싶은 충동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음운 규칙과 의미 구분, 어디서 막히나

제가 실제로 지켜보며 느낀 건, 아이들이 발음과 표기의 괴리에서 가장 크게 막힌다는 점입니다. 우리말은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글을 많이 읽지 않은 아이일수록 귀에 들리는 대로 씁니다.

'어떻게'와 '어떡해'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문법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는 형용사 '어떻다'의 부사형으로, 상태나 방법을 묻거나 서술할 때 씁니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가 줄어든 준말(縮約語)로, 문장 끝에서 감탄이나 당혹감을 표현할 때 씁니다. 여기서 준말이란 두 개 이상의 형태가 하나로 줄어든 말을 뜻합니다. "이걸 어떡해!"와 "어떻게 하면 돼?"를 나란히 놓고 읽어보면 차이가 바로 보이지만, 아이들은 이 두 문장을 굳이 구별하며 쓰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외워"라고 했다가 아이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고, 예문을 두 개 직접 써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의미 구분이 필요한 낱말 중에서 제가 특히 어렵다고 느낀 것은 '맞히다'와 '맞추다'입니다. '맞히다'는 정답을 골라내거나 목표물에 적중하는 것, '맞추다'는 두 대상을 비교하거나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퀴즈에서 답을 '맞히고', 부품을 '맞추는' 것이죠. 아이에게 "답을 맞혔어? 맞췄어?"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처음엔 구별하지 못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낱말은 실생활 예문 없이는 구별이 안 됩니다.

2학년 수준에서 자주 등장하는 혼동 낱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떻게 / 어떡해 (부사형 vs. 준말)
  • 낳다 / 낫다 (출생·산출 vs. 회복·비교)
  • 가르치다 / 가리키다 (전수 vs. 지시)
  • 며칠 (표준어, '몇일' 표기 없음)
  • 바르다 / 발라 (용언 활용 규칙)
  • 맞히다 / 맞추다 (정답 적중 vs. 기준 부합)
  • 왠지 / 웬일 (까닭 모를 느낌 vs. 알 수 없는 일)
  •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하다'는 비표준어)
  • 드러내다 / 들어내다 (표출 vs. 물리적 제거)
  • 다르다 / 틀리다 (차이 vs. 오류)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맞춤법·표준어 규정 자료에 따르면, 초등 저학년 단계에서 가장 오용 빈도가 높은 유형이 바로 이처럼 발음은 유사하지만 의미와 표기가 다른 동음이의 계열 낱말입니다(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단순히 틀린 글자를 반복해서 고쳐 쓰는 교정 방식은 이 유형에 효과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에서의 지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정에서 실질적으로 효과 있는 지도법

일반적으로 반복 쓰기나 받아쓰기 점수를 강조하는 방식이 맞춤법 학습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단기 성과에는 통하고 장기 기억에는 잘 남지 않습니다. 아이가 일기를 쓰다가 틀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기보다, 같이 앉아서 "이 낱말은 이럴 때 쓰는 거야"라고 맥락을 설명해주는 방식이 훨씬 오래 갑니다.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원리를 듣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생각보다 이게 핵심입니다.

독서 습관도 맞춤법 교정에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시각적 노출(視覺的 露出)이 반복될수록 뇌가 올바른 표기를 자연스럽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시각적 노출이란 올바른 형태의 낱말을 눈으로 반복해서 보는 것을 말합니다. 반복 쓰기보다 책을 더 많이 읽히는 것이 맞춤법 정착에 더 빠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만큼, 읽기와 쓰기는 따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아이가 독후감을 쓰고 나면 제가 먼저 읽어보고, 틀린 낱말을 바로 지적하는 대신 그 낱말이 들어간 올바른 문장을 자연스럽게 옆에 써줍니다. 그러면 아이가 스스로 비교하면서 차이를 느끼더군요. 무조건 고치는 것보다 올바른 표현을 자꾸 눈에 띄게 해주는 것, 그게 지금 저한테는 가장 효과 있는 방법입니다.

맞춤법은 결국 언어 감각의 문제입니다. 단기간에 10개를 외운다고 해결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올바른 표기를 충분히 눈으로 익히고 직접 써봐야 체화됩니다. 아이가 또 틀려도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원리를 함께 짚어나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의 일기장을 다시 한 번 꺼내 살펴보시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