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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앞에서 멈칫했습니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였습니다. 그렇게 집어 든 책이 지금도 책장 한구석에서 3분의 1 지점에 책갈피를 꽂은 채 잠들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 한 권 끝까지 읽어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지, 솔직히 엄마가 되기 전엔 전혀 몰랐습니다.
병렬 독서와 완독, 바쁜 부모에게 현실적인 선택은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방식인 병렬 독서(Parallel Reading)란 한 권에 오래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지를 열어두는 독서 전략입니다. 쉽게 말해 소설 한 권, 시집 한 권을 번갈아 읽으며 그날의 기분과 여유에 따라 펼치는 책을 고르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 독서가 맞나 싶기도 했는데, 아이 낮잠 시간에 10분, 밤에 15분씩 틈틈이 읽다 보면 오히려 한 권에 묶여 있는 것보다 책을 더 자주 손에 쥐게 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병렬 독서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완독률(Completion Rate), 즉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완독률이란 읽기 시작한 책 중 실제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책의 비율을 뜻합니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독서 인구의 연간 독서량은 평균 4.5권에 그쳤으며,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30~40대 부모층의 완독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숫자를 보고 나서야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병렬 독서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건 두 번째 책이 아니라 세 번째 책을 펼치는 순간이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한 권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 한 권은 시집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정착했습니다. 무게감이 다른 두 장르를 나란히 두니 지치지 않고 읽히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독서 접근 방식을 선택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주일에 독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미만이라면 시집 또는 단편 위주로 시작
- 완독 경험을 쌓고 싶다면 200페이지 내외의 얇은 소설 한 권에 집중
- 감성 충전이 목적이라면 산문시 형식의 시집을 침대 머리맡에 두기
- 독서 습관을 유지하고 싶다면 월 1권 목표를 세우되, 못 채운 달은 다음 달에 보충하는 이월 규칙 적용
시집이 주는 감성 회복과 현실 육아 속 독서의 의미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독서'는 두꺼운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직접 겪어보니 시집 한 권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밀도(Emotional Density)는 장편 소설 못지않더군요. 여기서 정서적 밀도란 적은 분량 안에 압축된 감정과 의미의 집중도를 뜻합니다. 짧은 시 한 편이 오히려 긴 서사보다 더 오래, 더 깊이 마음에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나 김화진 작가의 '공룡의 이동 경로'처럼 문학성 짙은 소설도 물론 좋지만, 솔직히 아이 밥 차리고 빨래 돌리고 나서 앉은 자리에서 그런 밀도 있는 서사를 쫓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임현우 작가의 '사랑의 정의는 고양이'처럼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메모를 시작하게 만드는 시집은, 5분짜리 독서 시간에도 충분히 마음을 건드려 줍니다.
독서치료(Bibliotherapy) 분야에서도 이 점은 주목받고 있습니다. 독서치료란 책 읽기를 통해 심리적 회복과 정서 조절을 도모하는 치료적 접근법입니다. 한국도서관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짧은 글쓰기 또는 시 읽기를 병행한 집단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유의미하게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도서관협회). 숫자가 이미 말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독서를 '완독 인증'이나 '올해 몇 권 읽었는가'의 지표로만 접근하면, 어느 순간 책이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버립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한 달 안에 끝내겠다고 다짐해놓고 2주째 같은 페이지를 펼치고 있는 저를 보며, 이건 목표가 문제가 아니라 책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책 표지 색에 맞춰 형광펜을 고르는 것처럼, 독서에 소소한 의식을 만들어두는 것이 지속력에 훨씬 도움이 되더군요. 6년 넘게 쓴 형광펜 세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괜히 부러웠던 게 아닐 겁니다. 습관은 도구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마무리하자면, 완독이라는 결과보다 오늘 밤 아이가 잠든 10분 동안 시 한 편을 읽으며 잠깐이나마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 자체가 목적이 되어도 충분합니다. 쌓인 책들을 보며 자책하기보다는, 한 문장이라도 형광펜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면 그날의 독서는 성공입니다. 읽다 멈춘 책이 있다면 오늘 밤 그 책갈피를 한 장만 넘겨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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