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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습관 형성

밤 10시가 넘어서야 아이가 겨우 잠들면, 그제야 저는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숨을 쉽니다. 그 시간을 폰 스크롤로 흘려보낼 때마다 하루가 너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책을 집어 들곤 합니다. 하루 종일 '누구 엄마'로 살다가, 잠들기 전 책 한 페이지라도 읽는 그 짧은 의식이 저를 저로 남게 해주는 거라고 느꼈거든요.

습관 형성: 작심삼일을 이기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습관 형성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 중 하나가 행동 촉발 자극(cue)입니다. 여기서 행동 촉발 자극이란, 특정 행동을 반사적으로 시작하게 만드는 환경적 신호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장소와 시간을 고정하면 뇌가 알아서 그 행동을 준비한다"는 원리입니다.

매일 운동을 40년 넘게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저건 특별한 사람이라 가능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거창한 의지력이 아니라, 아주 작은 촉발 신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팔굽혀펴기 1,500개를 목표로 운동 습관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하루에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24시간 안에 쪼개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걸 행동경제학에서는 시간 분산 실행(temporal chunk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간 분산 실행이란, 하나의 큰 목표를 하루 전체에 걸쳐 잘게 나누어 달성하는 전략으로, 한 번의 실패가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해주는 방식입니다.

육아 중인 저에게 이 방식은 꽤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아이 낮잠 시간 10분, 저녁 밥 기다리는 15분, 그 틈새들이 사실은 습관의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 혼자서 의지력으로만 버티려 하기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단 한 사람을 찾는 것이 습관 지속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인간의 의지력(willpower)은 총량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지력 총량 이론이란, 의지력은 근육처럼 쓸수록 고갈되는 유한한 자원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으로, 혼자 모든 것을 버티면 소진이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 단순한 감성적 표현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출처: 미국 심리학회 APA).

습관 형성에서 저 스스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소와 시간을 고정하여 행동 촉발 자극을 만든다
  • 목표를 하루 전체에 쪼개어 실패의 충격을 줄인다
  • 의지력 고갈을 막기 위해 같은 방향의 동반자를 찾는다
  • 완벽하게 못 한 날보다 '아예 안 한 날'을 더 경계한다

아침 일기: 하루를 미리 사는 사람들의 루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SNS부터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된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이가 깨기 전 그 짧은 새벽 시간에 멍하니 피드를 넘기다 결국 아이 울음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했습니다.

아침 일기를 쓰는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전날 밤 10시를 다음 날의 시작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밤에 SNS를 끊고 수면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아침 루틴의 진짜 출발선이라는 시각입니다. 수면 과학에서 이를 수면 위생(sleep hygiene)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수면 위생이란, 양질의 수면을 위해 취침 전 환경과 행동 패턴을 관리하는 일련의 실천 지침을 의미하며, 취침 1~2시간 전 스크린 빛 차단이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수면의 질이 낮으면 다음 날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어 자기 조절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점도 밝혀져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정보포털).

아침 일기의 효과를 두고 "그냥 자기 위안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분명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며칠 해보니 예상 밖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날 만날 사람이나 벌어질 상황을 미리 글로 써두면, 실제 그 순간에 감정이 덜 흔들렸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리허설(cognitive rehearsal)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인지적 리허설이란, 특정 상황을 머릿속 혹은 글로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실제 상황에서의 반응 속도와 감정 조절력을 높이는 기법입니다.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미리 글로 써두면 막상 그 순간 덜 폭발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십 년간 손으로 써온 일기가 정체성이 흔들릴 때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이야기도 깊이 공감이 됩니다. 기억은 왜곡되거나 사라지지만, 손글씨로 남긴 기록은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정직하게 박제해둡니다. 육아 중에는 특히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잠든 뒤 단 세 줄이라도 적어두려고 요즘 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기 기본값: '누구 엄마' 말고 내가 나를 평가하는 기준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를 두고 "그게 인간의 사회적 본능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이 유독 심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스스로의 자기 기본값(self-baseline)이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자기 기본값이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떤 수준의 사람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내적 기준선을 의미합니다. 이 기준이 낮으면 타인의 말 한마디가 그 기준을 쉽게 넘어버리기 때문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저는 육아를 시작한 뒤로 이 기본값이 꽤 많이 내려앉았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다른 엄마들보다 못한 건 아닌지,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며칠씩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습니다. 자조 섞인 한숨을 쉬면서도, 제 경험상 그 무력감의 진짜 원인은 '내가 오늘 나 자신을 위해 한 것이 없다'는 느낌에서 왔습니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이 회복되고 자기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누적되어 기본값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스스로 수행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강화된다는 개념입니다. 팔굽혀펴기 1,500개든, 잠들기 전 책 한 페이지든,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이 정도는 하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하루하루 쌓인다는 점입니다.

주변 환경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술이나 나쁜 습관을 끊으려면 의지력보다 주변 사람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시각은, 환경 설계(environment design)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주변을 채워나가면 자신도 그 방향으로 서서히 변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실패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문턱 앞에서 돌아서는 것이라는 말이 요즘 자꾸 머릿속에 맴돕니다. 저도 완벽한 루틴을 지키는 엄마가 되려는 욕심은 이제 조금 내려놓으려 합니다. 대신 오늘 밤 아이 곁에서 책을 집어 드는 그 작은 뚝심 하나를 다시 붙잡는 것, 그게 저의 자기 기본값을 지키는 방식입니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그게 실패는 아닙니다.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했을 때, 그 회한이 진짜 실패입니다. 육아 중이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작고 구체적인 습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밤 폰을 침대 밖에 두고 책 한 권을 머리맡에 놓아두는 것, 그 한 가지만 해봐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hreiLyP9yVA?si=hwP8ZeMejdFu51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