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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아이가 유튜브 쇼츠를 보며 깔깔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서늘해집니다. 가장 가까운 서점까지 차로 40분, 변변한 도서관 하나 없는 소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책을 일상으로 만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간절하고 막막한 일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독서가 아이의 공부 머리와 꿈의 크기를 키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걸 알면서도, 물리적인 환경이 그 첫걸음을 가로막는 현실이 부모로서 참 씁쓸합니다.

책 한 권이 멀어지는 환경, 그 격차의 실체

강원도 양구든, 전남 어딘가의 소읍이든, 지방 소도시에 사는 부모라면 공감할 겁니다. 저도 직접 겪어봤는데,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도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물리적 접근성 문제입니다. 대도시 아이들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에서 주말마다 북콘서트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누리는데, 우리 아이는 그런 자극 자체가 없습니다.

전국 공공도서관 분포를 보면 이 격차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도서관이 촘촘하게 몰려 있는 반면, 농어촌 지역은 말 그대로 공백 지대입니다. 2023년 기준 전국 공공도서관은 1,300여 개를 넘어섰지만, 지역별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그 결과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건 스마트폰이 됩니다. 이건 의지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지 발달(cognitive development) 측면에서 보면, 여기서 인지 발달이란 사고, 언어, 기억, 주의력 등 정신적 능력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아이들이 영상에 더 빠르게 반응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것은 불과 5,000년 남짓, 뇌가 글자를 자연스럽게 처리하도록 진화되기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영상이 먼저 이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구조입니다.

핵심 포인트로 보면 농어촌 독서 격차가 만들어지는 구조는 이렇습니다.

  • 공공도서관 및 서점 접근성 부족으로 책과의 일상적 접촉 기회 감소
  • 문화 프로그램 부재로 독서를 놀이로 경험할 자극 차단
  •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영상 미디어에 더 일찍, 더 많이 노출

제가 솔직히 느낀 건,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독서 격차가 단순한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미래 역량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습니다.

왜 책인가, 전두엽과 메타인지가 답이다

책 읽기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막연하게는 알아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의학적 근거를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독서는 뇌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킵니다. 전두엽이란 뇌의 앞부분에 위치하며 논리적 판단, 감정 조절, 계획 수립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쉽게 말해 '생각하는 뇌'의 핵심부입니다.

영상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지만, 문자를 읽는 행위는 뇌가 능동적으로 내용을 처리하고 상상하며 맥락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휘력, 집중력, 언어 능력, 상상력, 감정 발달이 동시에 자극됩니다. 더 나아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도 향상됩니다.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으로, 자기주도학습의 핵심 토대가 됩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독서를 많이 했다는 건 그냥 공식이 아니라 뇌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엔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 쥐여주면 알아서 읽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낙준 작가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만화책, 무협지를 나란히 앉아 읽었던 경험을 공유했을 때, 그 대목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다. 독서는 결국 관계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 책을 강요하기보다 부모가 먼저 재밌어할 만한 걸 큐레이션하고, 만화책이라도 같이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논술 독해력보다 앞선 출발점입니다.

독서 환경(reading environment)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독서 환경이란 아이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될 수 있는 물리적·사회적 조건 전체를 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집 안에 책이 많은 환경 자체가 아이의 독서량과 학업 성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노출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행복드림 도서관, 격차를 메우려는 손길

그래서 저는 SK이노베이션, 교보문고,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운영하는 '행복드림 도서관' 사업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농어촌과 소외 지역 아이들에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직접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2024년부터 지속 확대되어 2026년에는 전국 32개 센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들이 일회성 홍보에 그치는 경우를 꽤 봐왔습니다. 이번엔 단순 기부가 아니라 '1+2' 방식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개인이 한 권을 구매하면 SK이노베이션과 교보문고가 각각 한 권씩을 더해 총 세 권이 행복드림 도서관에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개인의 작은 참여가 세 배로 증폭되는 레버리지 효과를 설계에 담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책 드림 캠페인은 교보문고 홈페이지 온라인 참여와 광화문점 오프라인 기부 부스 두 가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추천 도서 목록에서 직접 책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 기간은 7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입니다.

제가 이 사업에서 가장 바라는 건 숫자가 아닙니다. 도서관이 생긴 마을에서 한 아이가 처음으로 책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경험, 그 경험이 꿈의 크기를 바꾸는 것. 그게 진짜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꿈이 태어난 지역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거창한 말이 아니라 집 안 작은 서가 하나, 만화책 한 권이라도 함께 읽는 오늘 저녁이 그 시작입니다. 저도 오늘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 한 권을 아이 방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환경이 열악하다고 손 놓기엔, 우리 아이의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참고: https://youtu.be/h9Bv-1bDAH0?si=vfcdqqOSad3VaPDF